a little life

새해에는 갓 구워낸 정을

새해 연휴를 끼고 하노이로 여행을 왔다. 구도심을 걸어 다니던 중 나의 눈길을 끈 한국어 간판 “갓 구워낸 행복 델리만쥬”.

열 살 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내가 단원이던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합주 연습에 다녔다.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따라 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역 가득 풍겼다. 델리만쥬였다. 이 맛있는 냄새는 빵에서 나는 걸까 크림에서 나는 걸까, 냄새가 나를 가게로 이끌었다.

가게에 다가가자, 델리만쥬를 만드는 기계가 보였다. 자동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공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첫 경험이었다. 델리만쥬 기계는 세 개의 옥수수 모양 형틀이 한 줄을 이루어, 총 열 줄이 종렬로 레일 위를 돌아가는 형태였다. 레일의 첫 번째 자리에는 반죽이 나오는 꼭지가, 두 번째 자리에는 크림이 나오는 꼭지가 설치되어 있어, 정확한 양의 반죽과 크림이 짜였다. 느끼하지 않을 만큼의 반죽과 크림의 비율을 어떻게 알아낸 건지, 그리고 어떻게 그 정확한 양의 반죽과 크림이 짜지도록 꼭지의 크기와 짜이는 속도를 설계한 건지 신기했다. 자동화된 기술로 반죽과 크림이 짜이면, 세 번째 자리는 꽤 수동적인 과정이었다. 형틀 위에 수평으로 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어, 형틀에 연결된 뚜껑이 막대기에 걸리면서 뚜껑이 닫힌다. 마치 림보를 할 때 몸을 충분히 젖히지 않으면 막대에 걸려 주저앉게 되듯이. 그렇게 뚜껑이 덮이고 나서 두 자리 정도 되는 간격을 지나고 나면, 다섯 번째 자리에서 형틀이 뒤집힌다. 그렇게 뒤집힌 채로 다섯 자리의 간격이 지나면 델리만쥬가 완성된다. 끊임없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레일 위에서, 다섯 자리의 간격이 델리만쥬를 익히는데 딱 맞는 시간이 되도록 누군가가 꼭 맞는 온도를 계산했을 것이다. 이 정확하고 매끄럽게 우아한 생산 과정을 보며, 나는 6학년 언니들이 부채춤을 출 때 파도타기를 하던 장면을 생각했다.

산업 혁명의 아름다움이 시시해질 때쯤 내 머릿속에 수학 문제가 떠올랐다. 한 줄에서 만들어지는 델리만쥬는 세 개. 전체 레일이 열 줄. 만약 한 바퀴가 돌아가는 데 2분쯤 걸린다면, 20분 동안 생산되는 델리만쥬는 몇 개일까. 이런 게 시험에 나온다면 선생님은 분명 “단, 한 줄에 있는 한 개의 형틀은 찌그러져서 판매할 수 없는 델리만쥬가 만들어짐" 이런 조건을 달아 문제를 헷갈리게 했을 것이다. 곱셈과 뺄셈을 해가며 나는 내 수학 문제의 답을 내고 있었다. 델리만쥬를 여전히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먹고 싶니?” 골똘하게 사로잡힌 나를 어떤 목소리가 화들짝 깨웠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특별히 무섭게 생긴 게 아니었지만, 나는 아무쪼록 낯선 어른이 맛있는 것을 주는 건 범행의 수법이라는 일침을 잘 기억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 아저씨를 험상궂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요…."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생산 과정의 작동 방식을 관찰하고, 난이도를 높인 수학 문제의 답을 찾느라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몇 분째 델리만쥬 가게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 유리창에 코를 박고, 입을 헤 벌리고 서 있었지만.

“한 봉지 주세요” 아저씨는 델리만쥬를 내게 쥐여주고, 얼른 반대 플랫폼에 도착한 지하철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얼떨떨하게 봉지를 들고 생각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내가 다 지켜봤는데, 설마 아저씨가 여기에 독을 풀어서 쓰러진 나를 잡으러 돌아오는 그런 수법일 리는 없겠지?' 나는 폭신하고 따뜻한 델리만쥬를 살포시 집어서,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속 안의 크림이 흘러 떨어지지 않을 만큼 소복하게 삐져나왔다. 나를 가게로 이끈 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조름한 그 냄새 그대로의 맛이었다. 나는 갓 구워낸 행복을 와구와구 먹으며 생각했다. 험상궂은 아저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껴도 괜찮은 거겠지.

설이라 그런지 하노이의 델리만쥬 가게는 닫혀있었고,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출출해진 배를 안고 호텔로 발걸음을 돌렸다. 호텔에 도착하니 직원이 다급하게 나를 잡았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던 찰나에, 그가 사무실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새해에 먹는 찹쌀 케이크 반떼 Banh Tet 한 조각을 들고나왔다. 아침에 체크인하면서 반떼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이건 다들 설 이전에 집에서 만드는 거라 지금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무안한 표정을 짓던 직원이었다. “스몰 온리, 쏘리” 민망한 웃음을 짓는 직원 앞에서 나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이 감격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전달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졌다. 감사를 표현할 기회를 또다시 놓치다니. 이 스몰한 조각으로 내 마음은 이미 녹아버렸는데, 빅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그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누구네 집 차례상의 반떼를 가져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과 당신의 선조 후손 모두 새해 복 거대하게 받으실 거라고 꼭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내 큰 감사가 손짓발짓으로 표현한 말을 통해라도 전해졌길 바라며 쫄깃하고 고소한 반떼를 맛있게 먹었다.

새해가 밝았고, 우리는 어김없이 서로에게 복을 기원한다. 물론 복도 좋지만, 나는 올해 가능하다면 이런 정을 더 많이 받고 싶다. 계산 없이 나누는 마음이 구워내는 따뜻한 정. 앞으로 나는 새해에 정을 기원할 것이다. 복은 우리가 만들어낼 수 없지만, 정은 서로가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이 내 기원에 힘을 싣기 바라며. 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조름하며 쫄깃하고 고소한 정에 마구마구 욕심이 난다.

#ko #wri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