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의 사랑 / Weekday Mornings

우당탕 거실을 활보하는 소리가 아니라 핸드폰 알람으로 일어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하루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 방문을 열고 나가니 내 방 바로 앞에 있는 오티스 방의 문은 어김없이 열려있고, 오티스의 침대는 비어있다.
오티스는 분리 수면을 고집하는 아만다의 육아 철학에 따라, 자기 방에서 혼자 잠이든다. 하지만 가드가 쳐있는 요람이 너무 작아지고 가드가 없는 침대에서 자기 시작한 후론, 매일 밤 자기 방에서 잠이 들고 나서도 한밤중에 아만다의 방으로 건너간다. 처음엔 오티스를 되돌려 보내던 아만다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사랑하는 존재의 얼굴을 바로 마주하는 행복에 못이겨서.
나는 복도를 걸어 아만다의 방문 앞에 선다. 오늘은 뭐 하는 날이냐고 묻는 목소리는 생기있게 높고,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고 답하는 목소리는 아직 잠에 잠겨 낮다. 이어져 들리는 뽀뽀 소리. 대충 갖다 문지르는 게 아니라 입술을 제대로 오므렸다가 정확하게 풀어야만 가능한 종달새 소리의 뽀뽀인 걸 보니, 이건 오티스의 뽀뽀가 아니라 아만다가 오티스에게 전하는 뽀뽀다. 방문을 열고 내가 들어간다.
“똑똑, 오티스 잡아먹으러 왔다!”
내 소리를 듣고, 오티스가 이불 속에 숨는다. 예전에는 자기 얼굴만 베개로 덮으면 안 보인다고 생각하던 녀석이, 이젠 온몸을 숨겨야 한다는 걸 알 정도로 컸다. 그래도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재간은 안 되는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댄다.
“굿모닝 아만다, 오티스 어디 있어?”
“나도 모르겠네, 오티스는 여기 없어!”
“진짜? 어디서 고약한 똥꼬 냄새가 나는걸!”
볼록 튀어나온 이불 위에 내몸을 얹는다. 내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 느껴진다. 뻗어대는 팔다리가 힘차다.
“저리 비켜! 무겁단 말이야!”
이불을 뚫고 나오는 웃음이 잔뜩 묻은 외침. 그렇다고 바로 물러설 내가 아니다. 빠져나갈 여지를 주는 듯 몸을 옆으로 비키면서, 완전히 빠져나갈 수는 없도록 오티스의 다리에 내 무게를 싣는다.
“나는 맛이 없단 말이야!”
버둥댐이 지속될수록 깔깔대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답답해하는 신음이 점점 커진다.
“제발! 너무 무거워!”
언성이 조금 높아질 때쯤 되어야, 나는 비로소 오티스의 다리를 놓아준다.
이불 속에서 오티스가 나오고,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크고 파랗게 영롱한 우주의 눈동자. 그리고 우주를 덮는 완벽한 곡률의 긴 속눈썹. 찌푸려져 있던 눈매가, 나와 마주침과 동시에 다시 장난기를 되찾는다. 오티스가 아만다의 곁으로 굴러간다. 오티스가 물러난 자리에 내가 눕는다.
“잘 잤어?” 그제야 인사를 나누는 나와 아만다.
“오늘 사무실 출근해?” 내가 묻고, 아만다가 답한다.
“아니 재택할거야”
“퇴근하고 뭐해?”
“일찍 퇴근해서 오티스랑 수영할 거야. 밤에 미국팀이랑 회의 있어서 어차피 일해야 하거든. 너는?”
“운동하고, 친구들이랑 한잔. 너 회의중에 집에 오겠네”
“오케이. 내일 아침에 봐. 좋은 하루 보내.”
짧게 하루를 브리핑하는 동안, 오티스는 이미 침대를 벗어나 방을 빠져나갔다.
식탁에는 이미 오티스의 아침이 차려져 있고, 루즈가 그 건너편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오티스의 아침은 통밀 시리얼과 생블루베리를 담은 코코넛 요거트고, 루즈의 아침은 버터를 발라 설탕을 뿌린 토스트와 믹스커피다. 오티스는 음식 흘린 자국이 남지 않도록 시트가 한 겹 더 감싸진 자기 의자를 놔두고, 루즈가 앉아있는 무릎에 비집고 올라간다.
“루즈 이모, 이모 거 아침 먹고 싶어!”
아침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음식 뺏어 먹을 생각부터 하는 오티스는 매일이 한창 자랄 나이다.
“루즈 이모 아침밥 뺏어 먹지 말고, 네 밥 먹어야지” 커피를 내리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는 아만다가 타이른다.
루즈가 오티스에게 자신의 토스트를 내어주고, 오티스는 토스트를 크게 한입 베어 물고 나서야 자기 자리로 넘어가 숟가락을 든다.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는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이를 닦고 있는데, 오티스가 들어오더니 나를 다급하게 내쫓는다.
“똥 싸야 해!”
내가 먼저 쓰고 있었는데, 쏘리도 땡큐도 없이 나를 밀어낸다. 오줌은 아만다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잘도 싸면서, 똥은 항상 내 화장실에서만 싼다. 똥기저귀를 갈며 이미 똥이고 똥구멍이고 볼 건 다 본 사이인데, 똥 쌀 때는 혼자있고 싶어할 정도로 커버렸다. 나는 아만다의 화장실로 건너가 양치 거품을 뱉는다.
내 방으로 돌아와 옷을 고르고 있으면, 원복을 입히려는 루즈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오티스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화장할 때쯤이면, 오티스도 선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빗는다. 선크림은 끈적해서, 머리 손질은 엉켜있는 꼬불머리가 빗겨지는게 아파서 싫댄다. 오티스의 등원 시간에 맞춰 나와 아만다도 출근 준비를 마친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오티스. 어느 날은 왜 유치원이 재미없는지 나름대로 조리 있게 설명하고, 어느 날은 울고, 어느 날은 짜증을 부리며 화를 낸다. 오늘의 투정은 이유없는 투덜거림이다. 싫어도 할 건 해야 하는 게 인생이니 어쩔수 없다는 합리적인 아만다와, 나도 회사에 가기 싫다고 덩달아 투덜대는 나와, 정작 가면 재밌어하면서 맨날 가기 전에만 싫다 그런다고 놀리는 루즈가, 다 같이 오티스를 앞세워 현관문을 나선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루즈는 손을 흔들며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서 아만다와 오티스는 유치원 쪽으로, 나는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면서 서로에게 외친다.
“좋은 하루 보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