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life

주말 아침의 사랑 / Weekend Mor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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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계획이 없는 일요일이면 우리가 항상 오는 이 곳 티옹바루 베이커리를 너는 시간이 흘러도 기억할까.

걸어서 십 분쯤 되는 이 길을, 아만다와 나는 너를 유아차에 태우고 걸었었지. 우리는 주택가 사잇길이 울퉁불퉁해서 유아차를 밀기 힘들다며 자주 불평했었고, 너는 땅에 있는 무언가를 주워야 한다며 매번 유아차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었어. 야자수잎, 돌멩이, 나뭇가지. 작은 손가락 끝이 향해있는 걸 나는 대신 주워서 너에게 건네주었지. 너를 내려주면 십 분이면 충분한 그 길이 너무 길어질 테니까.
그랬던 네가 오늘은, 그 같은 길을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고 있네. 땀방울이 아스팔트에 사선으로 떨어질 만큼 빠르게 구르며. 한 다리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선 다른 다리는 기역 자로 꺾는 묘기를 부리며. 찻길을 건널 때는 꼭 엄마와 같이가야 한다는 말을 잘 기억하고, 횡단보도 앞에 잘 멈춰서서 양옆을 꼼꼼히 살피며. 네가 앞장서고 우리가 뒤따라갈 만큼, 벌써 이렇게 훌쩍 커버렸구나.

카페에 도착하면 아만다와 나는 항상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었지. 기분 좋게 눈을 부시는 아침 햇볕도 좋았지만, 유아차를 세워두기엔 야외 좌석이 더 좋았으니까. 우리가 도착하면 먼저 부탁하지 않아도 점원분은 유아용 식탁 의자를 가져다주셨었는데. 내가 너를 의자에 앉히며 자리를 정돈할 때는 아만다가 들어가서 주문을 했고, 아만다가 너를 챙길 땐 내가 들어가서 주문을 했었어. 오트 라떼 두 잔과 크로아상 한 개로 항상 똑같았던 우리의 주문. 하지만 이젠 이렇게 똑같은 동선을 따를 수 없어. 베이커리에 도착하면 너는 바로, 에어컨이 시원한 실내에 앉고 싶은지 아니면 산책하는 강아지를 구경할 수 있는 밖에 앉고 싶은지 외쳐버리니까. 그러고 나서는 재빨리 빵이 진열된 곳으로 너는 달려가고, 그런 너를 나는 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번쩍 들어 안지. 오늘 너는 무슨 빵을 고를까? 고소함이 바사삭 부서지는 크루아상일 수도, 버터와 초콜릿이 휘감긴 판 오 쇼콜라일 수도, 폭신하게 쫄깃한 포카치아일 수도 있어. 오늘의 빵으로 판 오 쇼콜라을 고른 너를 이젠 형형 색색의 생과일 주스가 진열된 아이스박스로 데려가 줄게. 비트와 사과와 수박의 새빨강과, 시금치와 레몬과 청사과의 풋청록과, 당근과 오렌지와 패션프루트의 샛노랑 중 너는 무엇을 고를까. 맛을 기억하고 고르는 건지, 그날의 기분에 맞는 색깔을 고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항상 망설임 없이 확신에 차 결정하는 너. 오늘은 작렬하는 태양만큼 새빨간 주스로 손을 뻗고있네.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표현하고, 즐길 수 있을 만큼, 벌써 이렇게 훌쩍 커버렸구나.

주문을 하고나면 너는 후다닥 자리로 돌아가 버리고, 나는 셀프 코너에서 필요한 걸 챙기지. 물컵 세잔, 냅킨 세 장, 포크와 나이프는 나누어 쓸테니 한 쌍만. 유아용 플라스틱 접시와 컵이 준비되어 있다는 게 우리가 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였는데. 너를 먹일 때면 빵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냅킨도 한 움큼씩 챙겨야 했었고. 하지만 이제는 너도 나와 똑같은 걸로 한 개씩만 있으면 충분한 거야. 그렇게 우리의 자리에 가면, 유아용 의자가 아닌 어른 의자에 앉아, 짧은 다리를 댕강댕강 흔들며 앉아 있는 너. 자기 몫의 물과 냅킨을 받으며, “땡큐 이모”라고 대답하는 너. 아이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한 건 점점 줄어들고, 배려를 받았을 땐 고마움을 표현할 만큼, 벌써 이렇게 훌쩍 커버렸구나.

빵과 커피와 주스를 기다리는 시간. 유리창 안으로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를 품에 앉은 아저씨가 들어오니 너는 말하지. “정말 작은 아기다!” 네가 정말 작은 아기였을 때를 기억하니? 팔다리를 마구 움직이는 너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처음 너를 이곳에 데리고 온 날, 호기심 많은 네가 커피잔을 뒤집어서 한입밖에 마시지 않은 커피가 그대로 쏟아졌었는데. 커피가 식어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그 후로 커피는 너의 손이 닿지 않도록 빈 의자 위에 올려 두어야 했고, 아만다와 내가 번갈아 가며 너의 주의를 끌어서, 서로가 커피를 마실 틈을 마련해 주었었어. 이제는 커피가 뜨거워서 만지면 안 된다는 것도, 커피잔은 잘못 건드리면 커피가 쏟아진다는 것도, 커피는 어른의 주스이기 때문에 먹어보고 싶다 궁금해할 수 없다는 걸 아는 너.

매 주 먹어도 매번 맛있는 우리의 음식이 나오고. 아만다가 좋아하는 크루아상 한 개, 네가 고른 판 오 쇼콜라 한 개를 모두 한입 크기로 잘라둘 거야. 셋이서 한 개를 나눠 먹어도 충분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빵 하나를 맛있게 해치우는 너. 바삭한 겉이 많은 붙은 조각이나, 촉촉한 속만 있는 조각이나, 초콜릿이 많이 묻은 조각이나, 덜 묻은 조각이나, 잘도 집어먹는 배고픈 애벌레.

먹는 게 적당히 지루해질 때쯤, 옆 테이블에 도착한 네 또래의 아이. 스스럼 없는 너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테이블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리지.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다른 손님을 방해하지 말라고 얼른 데려와야 하는 걸까, 새 친구와 재밌게 놀라고 부추겨야 하는 걸까. 우리가 그쪽 엄마와 서로 괜찮다는 눈짓을 주고받고 나면, 너희는 본격적으로 함께 놀기 시작해. 처음 만난 사이인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함께 나란히 서서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인사를 했다가, 화단에 있는 달팽이를 구경했다가, 기둥 사이로 술래잡기를 했다가. 덕분에 나와 아만다도, 그쪽 엄마와 아빠도, 아이들이 서로에게 홀딱 빠진 틈을 타 한가로운 순간을 즐길 수 있어. 깔깔대는 웃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자리에 돌아와 주스를 크게 한 모금 꿀꺽하고, 빵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새 친구에게 다가가 전해주는 너. 누구든 함께 놀 수 있고, 어디서든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이렇게 훌쩍 커버린 너.

매번 빵집에 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너는 달라져 있었을 텐데, 이제 와 새삼스럽게 돌아보니 너는 정말 많이 자라버렸구나. 언젠가 돌아보면 지금 이 모습조차 어리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겠지. 사시사철 덥기만 해서 시간의 흐름을 놓쳐버리는 이 싱가포르에서, 나는 너의 성장을 척도로 나의 시간을 체감하고 있어. 천천히 빨리 커버리는 너.

별 계획 없는 일요일이면 우리 세 식구가 항상 오는 티옹바루 베이커리. 나는 이곳을, 저마다 다른 모습의 네가 담긴 수많은 장면으로 기억하게 될 거야. 그 순간 순간이 모두 그리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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